화병있는 사람에겐 옥 마감재를 황토는 위장 약하거나 몸 냉한 사람에게…숯은 설사·생리불순에 효과
누구나 초등학교 때 소풍 가서 김밥 도시락을 먹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학생들은 당연히 기울어지지 않고 평평하며,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것은 따로 배운 것도 아니고, 양지바른 자리를 찾는 본능적 센서에 의한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집도 마찬가지다. 조상들은 주변에 펼쳐진 산등성이가 얼마나 높은지, 강이 어느 정도 멀리 떨어져있는지, 어디에서 바람이 불어오는지를 고려해 집터를 골랐다. 그러나 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대형건물에 갇혀 그런 조건에 무감하다. 최근 들어 많은 이들이 그동안 자신이 달고 다녔던 질환들이 집과 관련돼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서울 목동에 사는 이선숙(여·52·가명)씨도 그런 경우다. 비염환자인 이씨는 2주 전 집을 내부수리한 후부터 코막힘·콧물·재채기가 심해지고 피부 가려움증까지 생겼다며 한의원을 찾았다. ‘새 집으로 이사간 후’‘벽지를 새로 바른 후’ 이씨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은 1980년대에 이미 ‘새집증후군’이라고 해서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실내환경 오염이 그 원인임에 주목했다. 예방을 위해선 가급적 3년 이상 된 집에 살거나 환기를 자주 시키는 수밖에 없다.
친자연적 마감재도 체질에 맞게 써야
그래도 불안하다면 화학물질을 내뿜는 합판과 벽지 대신에 옥이나 황토, 숯, 은 등 자연소재 마감재를 쓰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인기가 높은 이런 마감재는 우리의 체질과 몸의 상태를 고려해 쓴다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그네슘과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옥은 동의보감에 따르면 위장의 열을 없애고 천식에 좋고 갈증을 없애준다고 했으므로 몸에 열이 많거나 화병이 있는 사람에게 더욱 좋다. 몸에 좋은 탄산칼슘과 다량의 광물질을 함유하여 원적외선을 내뿜는 황토는 설사와 이질, 복통을 다스리고 모든 종류의 약과 육식으로 인한 독성을 해독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황토로 만든 집에 살기를 꿈꾸는 것도 이런 이치로, 위장이 약하거나 몸이 냉한 사람에게 특히 좋다. 음이온을 방출하고 탈취 기능이 뛰어난 숯은 갑작스런 설사를 멈추게 하고 여성의 생리불순과 하혈, 난산에 좋다고 한다. 이 외에도 숯은 전자파를 차단하고 진드기 제거, 항균효과도 뛰어나 환경정화를 톡톡히 해낸다. 살균과 수맥 차단 효과가 밝혀진 은(銀)은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경기(驚氣)나 간질을 치료한다. 따라서 흥분을 잘하고 땀이 많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등 교감신경이 항진된 사람의 경우 좋다.
일부 사람들은 위의 이씨와 같은 질환이 수맥으로 인한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수맥은 자율신경 기능에 영향을 주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고, 주로 순환기 계통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다른 맥락이다.
면역 기능 보강해 해독 기능 살려야
주택의 환경공해에 대해 한의학은 오장육부 기능의 조화를 통해서 면역 기능을 보강하고, 각자의 체질에 맞게 인체해독 기능을 살려줄 수 있는 치료법을 쓴다. 방부제나 착색제 등이 포함된 인스턴트 식품을 피하고, 브로콜리, 양배추 등 해독 기능이 있는 야채와 신선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장기간의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으로 금연은 물론이고 담배연기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집뿐만 아니라 직장 내 환경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주거환경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항상 건강을 우선해야 한다. 빠른 시공과 편리한 공법, 화려한 외관과 편리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요인이 결국 환경공해로써 우리 몸을 망치고 있다.
(유후정 덕수한의원장·hooj@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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